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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방곡곡 여행정보

스미다가와 야카타부네에서 맞이한 도쿄의 밤, 따뜻한 추억 한 조각

by 사랑해행복해감사해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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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봄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몇 해 전, 스미다가와를 따라 저녁 시간대에 야카타부네에 올랐던 날이 딱 그랬다. 벚꽃은 반쯤 졌지만, 대신 어스름한 하늘 아래 도쿄타워와 스카이트리, 멀리 오다이바까지 이어진 도시의 불빛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배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전 처음 만난 일본인 대가족과 노래를 함께 부르던 그 날 밤이 아직도 마음 한편을 따뜻하게 비춘다.

스미다가와 야카타부네
스미다가와 야카타부네

도시의 불빛을 따라 흐르는 배, 그리고 실내의 온기

야카타부네는 낮에도 멋있지만, 진짜는 밤이다. 해가 지고 배에 올라타면, 내부 조명은 은은한 주황빛으로 켜지고, 유리창 밖으로는 도쿄의 야경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스미다가와 강을 따라 천천히 떠가는 배에서 바라본 도쿄타워는 은근한 존재감으로 반짝였고, 스카이트리는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인상 깊었다. 가이드 분이 "저기 보이시죠? 저게 오다이바입니다"라고 말해주는 순간, 그 공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경험’이 되었다.

배 안에서는 이미 따뜻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고, 좌식 다다미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이 미소와 함께 오늘의 메뉴를 설명해주었다. 반찬 하나하나가 정갈했고, 특히 좋았던 건 셰프 한 분이 배 안에서 바로 튀겨주는 ‘즉석 텐푸라’ 코너였다. 바로바로 튀겨주니까 다른 어떤 것보다 맛있고 대접받는 느낌이었다. 또 다양한 종류의 일본 사케와 위스키, 와인을 취향껏 마실 수 있어, 다 먹지 못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져서 이 야카타부네의 정취와 야경들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우선 따뜻한 미소시루와 함께 따끈한 사케 한 잔이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야카타부네에서 보는 도쿄타워
야카타부네에서 보는 도쿄타워

노래방 마이크, 그리고 일본 대가족의 등장

한참 식사를 즐기던 중,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레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옆 테이블은 아키타에서 온 일본 가족이었다. 중년의 형제자매 친척들이 한뜻으로 모여 도쿄 여행을 왔고,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 중 한 분이 "같이 건배해요!"라고 웃으며 말을 건넸고, 어느새 우리도 그 가족의 일원처럼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배 안에는 작게 마련된 노래방 마이크가 있었다. 그들 중 한 분이 용기 내어 노래를 시작했는데, 듣다 보니 한국 노래였다. 좋아하는 아침 드라마 주제곡이라며 끝까지 불러주셔서 우리 모두 감동했다. 이어서 남편이 일본 노래로 화답하니 모두가 박수를 치며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통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니 얼마나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낯선 자리였지만 박수와 웃음이 오가며 어색함은 금세 사라지고, 일본에 살고 있는 이질감도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대도시 한가운데 작은 배 안에서, 이렇게 한일 화합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밤이었다.

그날 이후 야카타부네에서의 그 밤은 나에게 도쿄, 일본살이가 조금 ‘따뜻한 경험’으로 다가왔고, 이왕이면 많이 어울리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역사적인 감정도 정면으로 다가가보자고 생각하는 작은 전환점이 되었다.

야카타부네에서 본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릿지
야카타부네에서 본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릿지

아사쿠사로 향하는 길, 밤은 점점 깊어지고

야카타부네는 천천히 아사쿠사쪽으로 향했다. 도쿄타워는 멀어지고, 스카이트리의 거대한 실루엣이 점점 가까워진다. 양옆으론 벚꽃이 흩날리고, 바람이 잔잔했다. 술기운에 배 안은 점점 더 따뜻해졌고, 다들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사쿠사 근처에 도착했을 땐, 잠시 정박을 하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여유도 주어졌다. 스카이트리를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또 한 잔씩 따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엔 강물 위에 도시의 불빛이 비쳐 그림처럼 퍼졌다. 이 정도면 이 배가 단순한 유람선이 아니라 ‘작은 술집’이자 ‘이동식 풍경 전시관’이었다. 가치도키로 돌아가는 동안엔 노래가 절정을 향했고, 어느 누구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가치도키에서 출발해 아사쿠사까지 왕복하는 이 코스는 도시를 가장 도쿄답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지금도 마음 한구석에는 그날의 웃음과 감동, 그리고 강물 위를 떠다니던 불빛이 아련하게 남아 있다. 도쿄에서 단 하나의 밤을 고른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경험을 다시 택할 것이다. 도쿄의 밤을 진짜로 느끼고 싶다면, 꼭 이 경험을 추천하고싶다.

야카타부네 신청하는 홈페이지: 屋形船あみ達|浅草発着の東京モダンな屋形船 - https://www.amitatsu.jp/

야카타부네 승선장 구글맵: https://maps.app.goo.gl/wxi2zTXMsi5nbQq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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