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본 나라현의 한 식당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대로변을 지나가다가 길가에 놓인 식당의 간판을 보니 스테이크가 아주 맛나보이고, 뭔가 코다와리(일본어로 고집, 엄선해서 추구한다는 의미)가 있어보였어요.
그래서 구미가 당겨 길가에서 안쪽 골목으로 100미터 정도 들어가 있는 그 식당으로 갔지요.
스테이크를 주문하자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순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혹시 이 메뉴는 지금 만들기 어렵다는 뜻인가?’,
‘바쁘거나, 귀찮아서 안 하고 싶은 건가?, 외국인에게는 팔기 싫다는 건가?’ 하는 느낌까지 들었죠.
괜히 분위기를 망칠까 봐 다른 메뉴를 시켰지만, 기분도 그렇고 입맛에 맞지 않아 결국 절반 정도만 먹고 나왔습니다.
이때 문득 떠오른 개념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본 문화의 대표적인 개념, 혼네(本音)와 타테마에(建前)입니다.
혼네와 타테마에, 그게 뭐예요?
일본 사람들은 겉으로는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속마음은 따로 감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설명하는 말이 바로 ‘혼네’와 ‘타테마에’인데요,
- 혼네(本音): 진짜 속마음, 본심
- 타테마에(建前):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나 행동, 체면을 위한 표현
예를 들어, 식당에서 “그건 시간이 좀 걸립니다”라고 말했을 때,
진짜 의미는 “지금은 그 요리 하기 어려워요”일 수도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거절하는 대신, 부드럽게 돌려 말하는 거죠.
일본은 개인보다 집단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라, 이런 표현이 일상적입니다.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있을까요?
그럼요. 한국에도 비슷한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나 타테마에 같은 단어는 없지만,
눈치 보기, 체면, 돌려 말하기는 우리도 익숙하잖아요?
예를 들어 이런 말들,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 “괜찮아요.” → 사실 안 괜찮은 경우
- “밥 한번 먹어요~” → 그냥 인사말일 수도
- “생각해볼게요.” → 사실상 거절
우리도 갈등을 피하고,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말은 부드럽게 해도 속뜻은 다른 경우가 많죠.
표현 방식은 달라도, 일본과 비슷한 문화적 감각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럼 서양은 어떨까요?
미국이나 유럽 문화는 이와 조금 다릅니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중요하게 여기죠.
감정이나 생각을 숨기기보다, 바로 말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 “I don't agree.” → 나 진짜 동의 안 해요
- “That doesn’t work for me.” → 이건 나한텐 안 맞아요
그렇다고 무조건 솔직한 것만은 아닙니다. 예의상 돌려 말하는 표현도 꽤 많아요:
- “I’ll think about it.” → 사실상 거절
- “That’s interesting.” → 살짝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 “Let’s catch up soon!” → 실제로는 안 만날 수도 있음
결국, 서양에도 혼네와 타테마에 같은 개념이 조금은 있다는 거죠. 방식은 달라도,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한 법입니다.
문화 차이를 알면, 말이 더 잘 들립니다
그때 식당 직원이 했던 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는 단순한 시간안내가 아니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요리는 좀 힘들어요”라는 혼네가 숨어 있었던 거죠.
이처럼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문화에 따라 다르게 말합니다.
부드러운 말 안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고, 직설적인 말 속에 오히려 배려가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문화 차이를 이해하게 되면, 단순한 말 한마디도 더 깊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오해도 줄고, 관계도 훨씬 부드러워지죠. 여러분은 어떤 표현 방식이 더 편하신가요?
일본식의 부드러움? 한국식의 눈치? 아니면 서양식의 솔직함?
중요한건, 문화차이를 이해하면 사람의 말과 행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
타인을 더 잘 이해하고, 나 역시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니까요.
혹시 일본에서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경험도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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