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의미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와 분위기는 서로 매우 다르게 흘러갑니다. 한국에서는 독립을 외쳤던 날로, 과거의 아픔과 희생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고, 일본에서는 졸업식 시즌이 한창인 시기로, 설렘과 축하가 가득한 날입니다.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날이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가는 모습이 다소 낯설고, 또 한편으로는 살짝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겁거나 우울한 감정은 아닙니다. 그저 혼자만 조용히 알고 있는 기억이 있는 날에, 주변은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스치는 감정 정도랄까요? 이 글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맞이하는 3월 1일의 차이를 가볍게 들여다보며, 문화적 온도차 속에서 내가 느끼는 작은 생각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삼일절,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한국의 기억
한국에서 3월 1일은 단지 공휴일 그 이상입니다. 1919년 이날, 전국 각지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삼일운동이 시작되었고, 그날의 용기와 희생은 지금의 자유와 자긍심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삼일절은 바로 그런 역사의 한 장면을 기억하고 기리는 날입니다. 이 날이 되면 뉴스에서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도 하고, 거리에 태극기가 걸리고, 학교에서는 삼일절 기념 영상을 틀어주며 학생들에게 그 의미를 알려줍니다. 가정에서는 태극기를 걸고, 잠시나마 순국선열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죠. 물론 시대가 흐르면서, 특히 젊은 세대에게 삼일절은 조금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단순한 휴일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역사적 감정이 깃든 날일 수도 있습니다. 그 감정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삼일절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분명 존재하고, 매년 이 날만큼은 조용히 그 뜻을 되새겨보게 됩니다. 해외에 살고 있더라도 이 감정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아침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 보면 ‘오늘 삼일절이네’ 하고 혼잣말하게 되고, 한국 친구들의 SNS에는 태극기 사진이나 삼일절 관련 게시물이 올라옵니다. 그런 걸 볼 때면 잠깐, 마음이 멈추는 느낌이 들어요. 바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조용히 ‘대한독립만세’를 마음속으로 외치게 되는 거죠.
일본 3월 1일, 졸업식과 새로운 출발의 날
반면 같은 날, 일본에서는 아주 다른 모습이 펼쳐집니다. 3월은 일본에서 ‘마무리’의 달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학교는 이 시기에 졸업식을 치르며, 3월 1일은 특히 중·고등학교 졸업식이 많이 열리는 날입니다. 한국에서는 졸업식이 2월에 주로 열리지만, 일본은 신학기가 4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3월이 졸업 시즌의 중심이 됩니다. 졸업식 날의 일본 거리는 밝고 따뜻합니다. 교복을 단정히 입은 학생들이 꽃다발을 들고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부모님과 함께 웃는 얼굴로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학교 앞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꽃가게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합니다. SNS에는 “졸업했습니다”, “고마웠어요 친구들” 같은 글과 함께 교복 사진, 단체사진이 올라오고, 해시태그에는 졸업식 관련 키워드가 넘쳐납니다. 거리에 학생들과 부모들이 지나갈때면 잠시라도 축제처럼 보일 정도로 활기차고, 그 속에 있는 사람들도 다들 설렘과 아쉬움이 뒤섞인 감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일본의 3월 1일은 희망과 새로운 출발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따뜻한 편지를 전하고, 학생들은 졸업앨범을 함께 보며 지난 시간을 추억합니다. 누군가는 친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누군가는 새로운 진로를 향해 긴장된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의 3월 1일은 인생의 전환점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죠
다른 하루를 살며 느끼는 작은 온도차
이렇게 한국과 일본의 3월 1일을 비교해 보면, 같은 날인데도 분위기와 감정이 참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한국은 역사적인 의미와 묵직한 감정이 깔려 있는 날이고, 일본은 웃음과 눈물, 설렘이 섞인 새로운 시작의 날이니까요. 그 차이는 처음엔 조금 낯설게 다가옵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라면, 아마 한 번쯤은 이런 감정을 느껴봤을 겁니다. 졸업식으로 붐비는 지하철역 앞, 꽃다발을 든 학생들 사이를 지나가며 '아, 오늘 삼일절이구나' 하고 조용히 생각하는 순간.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거창하거나 슬프진 않지만, 약간의 씁쓸함, 혹은 나만 아는 작은 기억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런 경험은 해외에 살면서 문화적 차이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그만큼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 속에 살아간다는 걸 몸소 느끼는 시간인 셈이죠. 이 씁쓸함은 결코 무겁지 않습니다. 마치 지나가는 바람처럼, 순간 느껴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 감정 덕분에 한국이라는 뿌리를 다시 한번 느끼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을 더 이해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마무리 : 다른 하루, 그리고 조용한 공존
3월 1일, 한국과 일본은 각기 다른 하루를 보냅니다. 한국에서는 과거의 희생을 기리고, 일본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그 두 모습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그냥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일본에서의 3월 1일은 여전히 활기차고, 축하와 기쁨이 가득한 날입니다. 그 속에서 한국인으로서 조용히 삼일절을 기억하는 것은 결코 어색하거나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조용한 기억이 나에게 의미 있는 균형을 만들어주고, 두 나라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작은 시작점이 되어줍니다.
그런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게 해외에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조용히 마음속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일본의 따뜻한 졸업식 풍경도 함께 바라보는 그런 3월 1일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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