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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일본문화 엿보기

“일본 정치와 세습문화, 그리고 ‘지방·간판·가방’이라는 이름의 유산”– 세습이 전통이 되는 사회, 풍자가 현실을 말하다

by 시간이쌓여 추억이되고 2025.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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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와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세습문화와 이를 풍자하는 '3방(지방, 간판, 가방)' 이야기를 통해 일본식 계승 문화의 현실과 그 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일본어 교실에서 만난 한 선생님의 이야기

매주 화요일, 오사카의 자원봉사 일본어 교실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요즘은 72세의 할아버지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분은 한국을 무척 좋아하신다. 그 계기를 여쭤보니 예전에 한국에서 온 학생들을 홈스테이로 맞이한 인연 덕분이라고 하셨다. 그 따뜻했던 만남 이후로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되셨고, 한국 여행을 여러번 다녀오셨다며, 최근에는 임진강까지 가 보셨다고 한다.

 

 

일본친구에게 한국여행을 왜 그렇게 자주 가? 했더니...

오늘 오사카 텐노지의 작은 카페에서 일본 친구를 만났어요.따뜻한 라떼 한 잔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너는 한국에 벌써 몇 번이나 다녀왔잖아. 근데 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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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발표회 날, 선생님이 “일본어는 잘 못하니 한국 민요를 불러보겠다”며 너스레를 떨며 무대에 서셨고, 조용히 ‘진도아리랑’을 부르셨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음정과 발음, 그 정성에 감동하여 눈물이 날 뻔했다. 나중에 여쭤보니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배운 후, CD를 사서 수없이 따라 부르며 익히셨다고 했다. 그 정성과 마음은 말로 다 담기 어려웠다. 타국에서 고향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따뜻한 마음이었다.

최근엔 이 선생님과 일본의 역사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연스럽게 '세습'이라는 주제로 대화가 이어졌다. 선생님은 “이런 민주주의답지 않은 세습 정치, 없어져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고, 자민당이 권력을 너무 오랫동안 쥐고 있기에 이 구조가 쉽게 바뀌기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하셨다. 그러면서 일본 사회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온 풍자 표현, '삼방(三バン)'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이처럼 일본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어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실제로 나 역시 그 교실을 다니면서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함께 배운다는 즐거움을 느꼈다. 만약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다면, 아래 교재처럼 회화 중심으로 구성된 실용서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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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물림이 당연시되는 사회 – 일본의 조용한 계승 문화

일본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구조가 있다. 바로 ‘세습’이다. 직업을 부모로부터 물려받고, 기업을 아들이 잇고, 정치인은 지역구를 대물림한다. 일본에서는 이 구조가 현대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작동하고 있다.

왜일까? 일본에서는 세습이 단순한 ‘직업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을 잇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를 잇는 것’은 사회적 의무이자 미덕처럼 받아들여진다.

일본의 세습문화
일본의 세습문화

 

일본 사회에 뿌리 내린 ‘세습 문화’ – 가문과 전통의 힘

“일을 잇는다는 것은 단순히 직업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문, 철학, 삶의 태도를 함께 계승하는 일이다.”

1. 정치에서의 세습 – 지역구를 물려주는 정치 명문가

일본 정치는 세계적으로 봐도 세습 비율이 유독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회의원 중 약 30%가 ‘세습 정치인’이라는 통계도 있으며, 특히 **자민당(LDP)**에서 그 비율이 두드러집니다.

  • 아베 신조 전 총리: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총리, 아버지 아베 신타로는 외무장관. 그는 야마구치현 제4선거구를 그대로 물려받아 정치에 입문.
  • 고이즈미 신지로: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지 기반을 그대로 이어받아 가나가와현 제11선거구에서 정치 활동.

이처럼 지역구 자체가 ‘가문의 자산’처럼 여겨지고, 지역 유권자들 또한 익숙한 성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 세습 구조가 자연스럽게 굳어졌습니다.

2. 전통 산업과 장사 – 장인의 손맛과 가업의 자부심

일본에서는 전통 공예, 요식업, 여관(료칸) 등에서 ‘가업을 잇는 것’이 곧 삶의 방식으로 여겨집니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한 후에도, 아버지의 가게를 잇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종종 뉴스와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됩니다.

3대째 라멘집 이어가는 모습
출세코스를 버리고 3대째 라멘집 이어가는 정신은 어떤 철학일까...

  • 예시 2: 교토의 유서 깊은 화과자점 ‘n세대째 가업’
    • 18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가게는 현재 7대째 운영 중. 제품은 시대에 맞게 바뀌되, ‘고객에게 정성을 다한다’는 정신은 대대로 이어지고 있음.

이런 가업 승계는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관계 유지, 가문 명예, 장인정신의 계승으로 여겨집니다.

교토의 유서 깊은 화과자점 ‘n세대째 가업’
교토의 유서 깊은 화과자점 ‘n세대째 가업’

 

3. 기업과 세습 – 중소기업 경영의 자연스러운 흐름

일본은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이 중 상당수가 세습 경영을 택하고 있습니다.

  • **‘2대 사장’, ‘3대 장인’**이라는 간판은 흔하며, 후계자가 경영뿐 아니라 제품 생산에도 직접 참여함.
  • 최근에는 ‘도련님 사장’ 이미지 극복을 위한 노력도 늘어나고 있으며, MBA를 마치고 돌아오는 2세 경영자들도 다수.

4. 세습 문화의 긍정과 부정 – 전통인가, 고착인가

긍정적 시각

  • 전통과 기술의 계승으로, 일본만의 고유 산업을 지켜냄
  • 지역 정서와의 유대 강화
  • 소비자 신뢰를 높이는 ‘명문가’ 브랜드 이미지

부정적 시각

  • 정치에서의 폐쇄성, 혁신 부족
  • 무능한 후계자 등장 시 리스크
  • 새로운 인재 유입의 어려움

특히 정치에서는 **“혈연보다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비판 여론도 꾸준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세습을 통한 ‘신뢰 기반’이 아직도 강력하게 작용하는 구조입니다.

일본의 국회의사당과 오래된 가문의 문장
일본의 국회의사당과 오래된 가문의 문장

이렇듯

일본의 세습 문화는 단지 ‘부와 권력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전통과 책임을 함께 짊어지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일본 특유의 ‘가문 중심 문화’와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며, 시대가 바뀌는 와중에도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빗대어 일본 사회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온 풍자 표현, '삼방(三バン)'을 소개합니다.

“지방, 간판, 가방” – 일본 세습 정치의 세 가지 비밀

“정치는 타고나는 거야. 태어난 곳, 이름값, 그리고… 가방 속 돈. 이 셋이면 게임 끝이지.”
– 일본 정치 풍자 중

일본 정치에는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정치인이 되려면 '3방(三バン)'이 필요하다.
그게 뭔가요? 지방(地盤), 간판(看板), 가방(鞄).
일본어로는 각각 지반, 칸반, 카반이라 부르죠. 이 말은 마치 선거판의 비장의 공식처럼, 뿌리 깊은 세습 문화를 비틀며 풍자합니다.

1. 地盤 – ‘지방’이라는 이름의 세습 지역구

정치의 시작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 즉 ‘지방’입니다.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문이 기반을 닦아왔고, 선거철마다 자동으로 ‘우리 집안 사람’에게 표가 몰리는 구조. 지역 유권자도 “그래도 누구 아들이니까” 하며 등을 밀어줍니다.

아버지가 도의원, 삼촌이 시의회 의장, 할아버지는 전 국회의원…
마치 정치가 혈연으로 전수되는 전통예능이라도 되는 듯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방’이라는 이름의 지반(地盤).
지역 기반을 그대로 물려받은 사람은, 이미 출발선이 다릅니다.

2. 看板 – ‘간판’이라는 이름의 유명세

다음은 ‘간판’, 즉 ‘이름값’입니다.
정치 신인이 선거에 출마하면 보통 아무도 관심을 안 갖지만,
“유명 배우 누구”, “전 아나운서 누구”, “야구선수 출신 누구” 같은 이름이 붙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지죠.

간판은 인지도입니다.

다루마인형의 지반, 간판, 가방(한자틀림)
다루마인형의 지반, 간판, 가방(한자틀림)


지금도 일본 정치판에는 연예인, 전직 스포츠 스타, 유튜버까지
‘간판 효과’로 당선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정치 경험? 전공? 그런 건 묻지 않습니다. 얼굴이 곧 정책.

간판 하나 잘 달면, 지역 연설 없이도 전국구 당선이 가능한 게 일본 정치의 현실입니다.

3. 鞄 – ‘가방’이라는 이름의 돈가방

마지막은 ‘가방’, 일본어로 ‘카반(鞄)’입니다.
표면상으론 평범한 서류가방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속에는 후원금, 정치자금, 기업의 로비와 연결된 돈줄이 들어있다는 게 풍자의 핵심이죠.

선거는 말로만 ‘국민의 선택’이라 하지, 실제로는
돈이 있어야 현수막도 걸고, 사무실도 열고, 지지자도 확보합니다.

정치인은 결국 사업가처럼 ‘운영자금’이 있어야 유지되는 자리.
아버지가 해오던 정치자금을 자연스럽게 물려받은 2세, 3세 정치인은
‘가방의 힘’으로 또 다른 선거전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투표함을 바라보는 사람들
투표함을 바라보는 사람들

 

“3방이 없으면 출마도 어렵다” – 그래서 일본 정치는 낯익다

일본 유권자들도 이 문제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세습 정치가 주는 안정감, 친숙함, 익숙함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 “처음 보는 정치인보단, 아버지 따라 정치하는 저 사람이 낫지 않을까?”
  • “저 가게 아들이 가게 이어받는 것처럼, 정치도 그런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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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일본 사회는 정치뿐만 아니라, 기업, 가업, 연예계까지
눈에 안 보이는 ‘세습의 끈’으로 조용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비웃듯, 사람들은 말합니다.

“정치는 실력보단 삼박자.
지방, 간판, 가방.
그게 있으면 당선이고, 없으면 꿈일 뿐.

5. 풍자의 이면 – 바뀌지 않는 구조, 무기력한 유권자

‘지방·간판·가방’이라는 풍자는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이 풍자에는 일본 유권자들의 체념과 자조가 담겨 있다. 누가 뽑혀도 결국 같은 가문, 같은 네트워크 안에서의 순환이라면 투표는 변화의 수단이 아니라 기존 질서의 확인이 될 뿐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젊은 층 사이에서 세습 정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으며, 비세습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 SNS 활동 등을 통해 작지만 꾸준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마무리하며 – 전통인가, 고착인가?

일본의 세습문화는 그 뿌리가 깊다. 가문, 지역, 브랜드, 자본, 그리고 신뢰… 이 모든 것이 다음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 겉보기엔 안정적이고, 전통을 지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기회의 평등을 가로막고, 능력보다 배경을 우선시하는 문화로 이어진다면, 이 세습은 단순한 ‘계승’이 아니라 고착과 불평등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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